1. 이 사건 사실관계
원고들은 재개발 추진위의 위원장, 추진위원, 총무이고, 피고는 토목건축공사업, 전기공사업, 준설공사업 등을 영위하는 주식회사이다. 이 사건 추진위와 피고는 재개발사업에 관한 공사를 도급하고 사업추진경비를 대여하는 내용의 공사도급 가계약을 체결했는데 원고들은 위 계약에 의한 이 사건 추진위의 피고에 대한 채무를 연대보증했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시공자 선정은 조합원총회의 고유권한이므로 이 사건 추진위가 피고와 체결한 도급약정은 무효이다. 도급약정이 무효인 이상 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대여약정 역시 무효이다.
나. 대여약정은 토지등소유자의 서면 동의를 받지 않았고, 주민총회 의결도 거치지 않았으므로 무효이다. 따라서 이 사건 추진위의 피고에 대한 주채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보증채무의 부종성에 따라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연대보증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3. 법원의 판단
가. 대여약정이 도급약정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 무효인지 여부
이 사건 도급약정과 이 사건 대여약정은 이 사건 가계약이라는 포괄적인 계약의 내용으로 포섭되기는 하나, 이 사건 도급약정은 아파트 및 부대복리시설 등의 건축공사에 관한 것이고, 이 사건 대여약정은 추진위 운영 경비 및 사업 자금의 차용에 관한 것으로 그 구체적인 목적과 내용을 달리하는 점, 이 사건 추진위와 피고는 이 사건 대여금에 관해 이 사건 각 소비대차계약서를 별도로 작성하기도 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도급약정과 이 사건 대여약정 등은 별개의 약정으로 봄이 타당하다.
나. 토지등소유자의 서면 동의 및 주민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 무효인지 여부
1) 관련 법리 : ①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ㆍ2009년 2월 6일 법률 제94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제3항, 제17조에 의하면 추진위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이 토지등소유자의 비용 부담을 수반하는 것이거나 권리와 의무에 변동을 발생시키는 것인 경우 그 업무를 수행하기 전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 이상의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산정 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해야 한다(현행 도시정비법 제32조 및 제36조). 구 도시정비법 시행령(2008년 12월 17일 대통령령 제211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 제28조제4항에 의하면, 구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3조 각 호에서 동의비율을 정한 사항 외의 사항은 추진위의 운영 규정이 정하는 비율 이상의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이때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는 인감도장을 사용한 서면 동의의 방법에 따르되 인감증명서를 첨부해야 한다.
②한편, 이 사건 추진위의 운영 규정에 의하면 사업 자금의 차입은 주민총회의 의결사항인데, 이러한 주민총회의 의결은 구 도시정비법 제14조제3항에 따른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와는 별개의 절차이므로 자금 차입 안건이 주민총회에서 의결됐다고 하더라도 토지등소유자의 별도 서면 동의를 받을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다. 토지등소유자의 서면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인지 여부
1) 구 도시정비법 제14조제3항은 추진위의 업무 중 비용 부담을 수반하는 것이거나 권리와 의무에 변동을 발생시키는 것에 대한 동의 비율을 대통령령에 위임했고, 구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3조제1항은 각 호에서 정한 사항 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추진위 운영 규정에서 그 동의 비율을 정하도록 위임했다. 위 위임 규정의 문언상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비율 외에 추진위 운영 규정에 토지등소유자의 비용 부담을 수반하거나 권리ㆍ의무에 변동을 일으키는 것 중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하는 대상을 제한적으로 선정하거나 위 서면 동의를 배제할 수 있는 사항을 정하는 것까지 위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2) 따라서 추진위가 자신의 의무를 위반해 운영 규정에 `토지등소유자의 비용 부담을 수반하는 것이거나 권리ㆍ의무에 변동을 발생시키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동의 비율을 규정하지 않았을 경우, 추진위가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토지등소유자의 비용 부담을 수반하는 것이거나 권리ㆍ의무에 변동을 발생시키는 행위를 하면, 그 행위는 효력이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
라. 주민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 무효인지 여부
대여약정은 운영 규정에 따라 주민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주민총회에서 피고가 이 사건 추진위에 사업 추진 경비를 대여한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으나 위 사업제안서에는 차용 금액, 변제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고, 위 의결 과정에서 차입금의 총액, 이율, 변제기, 상환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도 않았으며, 당시 주민총회 의장은 주민들에게 위 시공자 선정은 본선정이 아닌 가선정에 불과하고 조합 설립 후 본선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하기도 했다. 따라서 대여약정에 대해 주민총회 의결을 거쳤다고 볼 수 없는바, 대여약정의 효력이 없다.
4. 결론
가. 이 사건 법원은 1개의 계약으로 자금 차입과 도급계약을 체결한 경우, 체결의 경위, 목적 등을 고려했을 때 위 계약의 내용을 가분할 수 있다고 봐 일부 무효를 인정했는데, 이는 해당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를 반영해 판단한 것으로 타당하다고 보인다.
나. 또한, 법원은 추진위의 자금 차입 방법에 대해 서면 동의와 운영 규정에 따른 주민총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데 자금 차입의 경우 토지등소유자의 개별적 비용 부담에 대한 사항인바,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치도록 한 취지에는 수긍한다. 다만, 현재 서면동의율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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